전영재 기자의 DMZ로 떠나는 생태기행
우리나라 산양은 잘생겼다.
     
  원시적인 그대로의 모습을 가지고 국소성을 가지고 있는 습성 때문에 비록 열성 유전자가 나타나고 있는지는 몰라도 토종이라는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에서 밀렵꾼에 산양이 비참하게 희생돼 비무장지대를 제외하고는 군집생활을 하는 산양의 모습이 관찰되지 않는 동안! 다른 종류의 산양이 살고 있는 이웃나라 일본은 국가 차원에서 보호와 증식작업을 오래 전부터 해오고 있다.

일본 산양도 주민들의 밀렵으로 멸종위기에 놓이자 1955년부터 특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 수위를 한층 높였다.
 
그들은 우리나라 처럼 천연기념물로 지정만 하고 보호를 하지 않는 것과는 달리 산양이 서식하고 있는 각 지역별로 산양 증식 보호센터를 설치해 개체수를 늘리는 인공 복원작업에 나선 것이다.

필자가 지난 1993년 야생조수 공부를 위해 6개월 가량 유학하던 일본 토야마현, 그 곳에도 산양 보호 센터가 있다.
다테야마 산림 박물관 산양보호센터는 1만 천 제곱미터 규모의 부지에 암수컷 산양 18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연구가들은 산양의 습성을 고려해 가족중심으로 따로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고 있다.
특히 산양이 좋아하는 바위 등 자연 조건과 거의 같은 서식 요건을 갖춰주고 있다.

이곳의 산양을 돌보는 사육사는 산양의 습성을 잘 아는 마을 주민들이다.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사육사 4명이 24시간 교대 근무하며 산양을 돌보고 있다.

일본 산양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최고의 대접을 받고 있다.
     
 

먹이는 특별히 만든다.
사육사들은 산양의 영양상태에 따라 계절별로 레몬이나 사과, 감자 등 20여가지를 섞은 먹이를 직접 만들어 하루에 두번 시간에 맞춰 준다.
산양의 건강 상태는 매일 점검되며 감기가 들거나 배탈이 나면 수의사가 치료한다.

각 지역별로 증식 보호센터에서 사육되고 있는 산양은 국가에 등록돼 일본 산양 번식 검토 위원회에서 해마다 증식상황을 집계한다.
일본 산양은 사람의 주민등록증에 해당되는 출생부터 사망까지 모든 성장 상황을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관리 체제는 새끼 산양이 태어나면 자연으로 보내는 방사계획과 다른나라의 동물원에 제공해 국제적으로 일본 산양을 알리고 있다.
40년이 넘는 보호 작업이 추진되면서 불과 몇 백마리에 불과 했던 일본산양은 지금 10만 마리 가량으로 늘어나면서 농작물에 해를 주는 골치 덩어리로 등장하고 있다.
일본은 산양의 주요 서식지 15개 지역을 산양 보호 지역으로 지정하고 밀렵행위를 금지해 개체수를 크게 늘렸다.

또한 보호 지역에 대해서는 산양의 분포도 조사가 1년과 5년단위로 이뤄지고 있다.
이 조사에서는 산양의 주변 서식환경에 대한 변화와 개체수 증감현황을 자세하게 조사하고 분석한다.
계속된 보호 작업으로 산양이 서식하고 있는 일본 산악지역에서는 야생 상태에서도 직접 관찰할 수 있게 됐다.
눈이 많이 내려 먹을 것이 없는 겨울이면 산악지역 주변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산양이 내려오고 있다.

일본 산양은 우리 산양 보다 기품이 있거나 절대 잘생기지도 못했다.
     
  일본으로 산양 취재를 갔을 때 토야마현의 튜울립 방송국은 우리가 가지고 간 한국 산양의 서식 실태를 5분가량 심층적으로 보도했다.
그리고 한국 산양의 기품있는 모습을 본 토야마현의 필자 친구들은 우리나라 산양 모습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 귀중한 산양을 우리가 지켜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