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재 기자의 DMZ로 떠나는 생태기행
2001년 1월중 가장 춥던 10일, 아침 일찍 강원도 고성으로 달려갔다.
     
  육군 뇌종 부대 정훈장교와 만나자 마자 산양의 건강 상태부터 물어보았다.
다행히 군장병의 지속적인 먹이 공급으로 기력을 회복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월동장구를 갖추고 드디어 감격스런 겨울 산양과의 만남을 위한 출발을 시작했다.

육군 뇌종부대는 다른 전방 사단하고 다르게 육군뇌종부대는 동해안과 산악지역을 함께 끼고 있다.
그 유명한 건봉사를 옆으로 하고 전방 가는 군사 보급로에 들어서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동해안이, 왼쪽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백두대간 자락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치 청룡열차를 타듯 오르락내리락 비포장 길은 끝없이 이어지다 철책선을 만난다.
이 때부터는 철책선을 따라 길이 나있다.
대대본부에 도착하니 시간은 오후 2시를 조금 지나고 있었다.

급한 마음에 취재팀은 빨리 현장으로 가자고 매달렸다.
다시 가파른 군사보급로를 따라 오프로드 경주를 하듯 50분 가량을 가니 드디어 오소동 계곡이 나타났다.
이 계곡은 북한지역에서부터 내려오는 물줄기가 철책선을 지나 비무장지대를 거쳐 하얀 설원을 이루며 꽁꽁 얼어 붙어 있었다.
계곡의 바위나 돌 모양 그대로 수북히 쌓인 눈은 민통선 이남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또다른 비경을 만들고 있었다.
분단의 현장이라고 느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하천으로 생긴 산모양으로 빈틈없이 이어진 철책선에 시선이 모아질 때였다.
30년만의 폭설로 비무장지대도 하얀 솜이불을 아주 따뜻하게 덥고 있었고 오후 3시가 넘으면서 해가 산뒤로 숨어 벌써 산 아래 지역은 밤의 그림자가 서서히 다가서고 있었다.

비무장지대 눈밭에서 서서히 움직이는 산양의 모습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선 몇 마리인지부터 세기 시작했다.
     
 

그 동안 우리나라 야생동물 문헌에 나와 있는 산양의 겨울 군집생활은 20, 30마리 가량으로 보고돼 있기 때문이다.
첫날 그 폭설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산양의 무리가 모두 8마리였다.
1미터가 넘는 눈 때문에 산양들의 움직임은 매우 둔했다.
그러나 탈진이라는 처음 상황보고하고는 다르게 그들은 아주 건강했다.

DMZ 산양이 건강한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자마자 다시 후방으로 이동할 수 밖에 없었다.
일몰후 철책선 주변에서 이동하는 것은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다시 후방으로 바쁜 걸음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