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재 기자의 DMZ로 떠나는 생태기행
  들고양이는 민통선 이남뿐만 아니라 비무장지대까지 진출해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
도시에 수없이 많은 들고양이는 다람쥐의 개체수를 감소시키는가 하면 여름철새 번식시 새끼들까지 잡아먹어 생태계의 골치 덩어리가 되고 있다.
대부분 금녀의 구역인 민간인 출입통제선 안에 군부대에는 병사들이 기르는 고양이 뿐만 아니라 기르다 포기한 고양이가 들고양이가 되면서 야성을 되찾고 있다.
오소동계곡에서 만난 산양들도 군장병의 모습에 익숙해 있었고 우리들 모습에도 별로 경계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지만 고양이에게 경계하는 모습은 사뭇 달랐다.
앞다리를 바위에 탁탁치며 경계의 소리를 내는가 하면 콧소리로 쉭쉭소리를 낸다.
 
산양의 무리는 경계음을 내는데 그치지 않았다.
들고양이가 철책선 주변을 따라 윗쪽으로 올라가면서 산양들과의 거리가 가까워 지자 산양들은 경계자세에서 벗어나 혼비백산한 모습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배추를 물고 도망치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어미 산양은 새끼를 데리고 안전한 바위 절벽쪽으로 향해 내달린다. 더욱이 특이한 것은 철책이라는 보호망이 삼중으로 쳐져 있는데도 산양에 비래 몸집이 아주 작은 들고양이를 보고 도망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놓고 다음과 같이 추정을 한다.천적인 호랑이가 한반도에서 사라진 후, 산양은 본능적으로 같은 고양이과에 속하는 들고양이를 경계한다는 결론이었다.
특히 비무장지대안에서는 아직 백두대간에서는 볼 수 없는 먹이사슬이 존재하고 있다는 추정도 나왔다. 산양의 천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삵쾡이나 스라소니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비무장지대 안에 살고 있는 산양들이 같은 고양이과인 이들 천적에게 잡혀 먹힌 적이 있어 같은 고양이과인 들고양이를 보고도 과민 경계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였다.
비무장지대의 산양에겐 동물의 천적인 사람보다,
들고양이가 더 위협적인 존재라는 사실은 분단의 독특한 생태계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의 입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