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재 기자의 DMZ로 떠나는 생태기행
대부분의 야생동물 학자들이 산양이 사라졌다고 걱정하고 있을 때 고진동 계곡에서 산양의 발견은 멸종위기에 처한 생명문화재의 증식하
     
  여 복원할 수 있는 희망이기도 하다.
우리팀은 고진동계곡에서 산양을 관찰하기 위해 발길을 옮겼다.
끝없이 이어진 협곡의 군사 보급로를 따라 이동하는 동안 깎아지를 듯한 절벽에서 한꺼번에 산양 다섯 마리나 관찰됐다.
차에서 내리자 민통선 지뢰밭에서 생명을 이어온 산양들은 쏜살같이 정상으로 몸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오소동 비무장지대에서 만났던 산양과는 전혀 다른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비무장지대 안에서 살고 있는 산양들은 인간이 접근할 수 없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확인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기도 했다.

철책이 없는 민통선에서 만난 산양은 인간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다.
인간이 접근하는 것 만큼 거리를 두며 안전지대로 대피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었다.
취재팀이 다시 차를 타고 고진동 비무장지대로 이동하기 시작해 산허리를 지나 산능선이 만나는 소나무 옆에서 작은 움직임이 포착됐다.
거리가 족히 2백미터가 넘었지만 차안에서 쌍안경으로 주시하니 산양 다섯 마리가 소나무 옆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이방인인 우리를 주시하고 있다.
차에서 내려 촬영할 준비를 하자 산양들은 서서히 일어나 근엄하게 능선을 따라 산 정상으로 사라져 버렸다.
     
 

능선을 따라 5마리의 산양이 한 줄로 이동하는 모습은 너무나 근사했다.
민통선의 살아 있는 자연 생태계 그 자체였다.

산양이 능선을 넘어갈 때까지 그 황홀한 광경을 지켜 본 뒤 다시 고진동 비무장지대로 발길을 돌렸다.
고진동 계곡에서도 역시 7마리가 관찰됐다.
산양들은 눈이 쌓인 산쪽 보다는 봄바람이 불면서 눈이 녹기 시작한 개활지 주변에서 먹이를 먹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