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재 기자의 DMZ로 떠나는 생태기행
외설악 주민가운데는 산양과 관련한 다양한 얘기를 저마다 하나씩 가지고 있다.
     
  1960년대만 해도 외설악산양들은 주민들의 표적이 됐다.
대부분 돈이 되는 곰이나 멧돼지를 잡기 전에 산양으로 사냥 연습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15살 때부터 선창지기노릇한 인제군 북면 용대리 정종윤 씨는 인감도장이 특이하다.
다름 아닌 산양 뿔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1960년대 초 눈이 많이 내린 겨울 어느 날, 정종윤 씨는 어른들과같이 설악산으로 멧돼지 사냥을 가다 우연히 얼어죽은 산양을 발견했는데 유난히 뿔이 컸다.
눈속에 먹이를 찾지 못해 얼어 죽었거나 자연사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어른들이 정씨에게 산양 뿔을 뽑아 도장을 만들도록 권고했다.
 
그때 쌀 다섯 말의 값을 주고 새긴 산양 뿔 도장은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씨의 인감으로 사용되고 있다.
정종윤 씨는 1960년대 설악산의 산양에 대해 생생한 증언을 했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 20마리에서 30마리 잡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 만큼 설악산을 등반하다보면 산양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해빙기 에 눈이 녹아 계곡물이 불어나면 계곡을 건너다 물에 휩쓸려 목숨을 잃은 산양들이 백담계곡에서 자주 목격되기도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