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재 기자의 DMZ로 떠나는 생태기행
가을이 되면 산양은 저지대로 이동할 준비를 한다.
     
  가을단풍이 정상부터 내려오면서 산양의 먹이가되는 나뭇잎이 모두 떨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이때 산양은 바위주변에서 나는 이른바 석이버섯을 뜯어 먹기도 한다.
석이버섯은 높은 지대 바위에 돋아나는 검은색의 버섯으로 산악지역 주민들이 자일을 타고 바위에 올라가 곡예를 하듯 따는 귀한 것을 산양이 먼저 먹이로 먹어치워 헛걸음 치는 경우가 많다.

산양은 가을에 교미를 시작한다.
산양의 사랑방법은 독특하다.
 
10월 중순부터 암수컷은 짝을 찾아나선다.
주로 일정한 행동권을 형성하고 있는 수컷이 암컷을 찾는다.
암컷은 사랑의 내음을 찾아 다가오는 수컷을 기다린다.
수컷이 냄새를 맡을 수 있게 긴 꼬리를 쳐드는 행위마저 거룩해 보인다.

그러나 사랑의 문제는 이때부터 발생한다.
수컷은 암컷에게 돌진하여 뿔로 위협하고 구애에 항복할 것을 강요한다.
그러나 암컷도 정중한 사랑을 받기를 원하지 굴욕적인 사랑은 원치 않기 때문에 필사적인 저항에 몸부림을 치다보면 격렬한 싸움이 일어난다.
때에 따라서는 암컷의 사랑이 수컷의 요구에 순응하지 못할 때 암컷은 수컷의 날카로운 뿔에 찔려 희생되기도 한다.
암컷이 구애의 항복을 하면 수컷은 암컷의 머리를 발로차며 절대적인 복종을 강요한다.

암컷이 순순히 말을 들으면 수컷은 사랑의 행위를 시작한다.
고통이 크면 그만큼 기쁨도 클지모른다.
수컷은 10분마다 한번씩 이틀 이상을 반복해서 사랑의 행위를 한다.

대부분의 포유동물처럼 산양도 수컷이 자기 세력권에 있는 암컷을 따라다닌다.
     
  암컷을 얻기 위해서 수컷 산양끼리 뿔을 무기로 격렬하게 싸움을 벌인다.
중부전선 비무장 지대에서 수컷 산양들끼리 싸움을 벌이는 것은 매우 인상적이다.
수컷 산양들은 한10미터 뒤에서 있는 속력을 다해 질주하여 뿔을 들이받는 뿔사움을 한 뒤 승패가 나지않자 다시 몸을 뒤로 뺏다 다시 들이받는 반복 싸움이 계속된다.
위험을 느낀 한 마리가 줄행랑을 친 뒤에 이목숨을 건 싸움은 끝이났다.
행동권안에서는 어린나무에 뿔을 비빈 흔적을 남기거나 배설물로 자신의 세력권임을 표시해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