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재 기자의 DMZ로 떠나는 생태기행
2001년 10월 16일 금강산 육로 관광에 따른 환경부의 민통선 주변과 비무장지대 주변에 대한 대대적인 환경 평가를 위한 조사가 일주일 일정으로 시작됐다.
2000년 경의선 복원과 관련해 정부는 환경영향평가 없이 사업을 진행해 환경단체들의 불만을 샀기 때문이다.
남북 금강산 육로관광에 따른 환경영향평가는 정부의 진전된 환경의식의 발로여서 환영할 만했다.

  환경 정밀조사가 자연 경관과 지형, 식생과 야생조류, 포유류, 어류와 파충류 등 전국에서 전문가들이 모여 진행되어 온 비무장지대 생태계를 10여년 간 취재해온 필자로서는 변화된 정부의 환경에 대한 인식을 느낄 수 있었다.
조사 이틀째 동행취재를 마치고 고성 저진 검문소를 나오는데 전방 수색중대 박종칠 행정보급관이 보안처리를 담당했던 기무사 부관에게 지나가는 말로

" 야! 신기하데, 바닷가에 산양이 살고 있어"

그러나 그동안 첩첩산중 바위지대에서만 살고 있는 산양을 보아온 나로서는 바닷가 주변에 살고 있다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행정보급관은 더욱 구체적인 사실로 3년전부터 해안초소에서 3마리가 찾아와 살고 있는데 새끼도 데리고 다니다 폭설이 내렸던 지난 겨울 혹한과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새끼산양이 죽어 병사들이 묻어 주었다는 등 이야기 보따리를 계속 털어 놓았다.
해질 무렵이라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만약 산양이 바닷가에서 가족을 이루고 살고 있다면 이건 또 다른 산양의 생태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아닐 수 없었다.
숙소로 돌아와 금강산 육로관광 생태 조사에 참여했던 국립환경 연구원 원창만 박사와 서울대 이우신 교수와 저녁 뒷풀이를 하면서 조심스럽게 낮에 확인한 '바닷가에 산양이 살고 있다' 는 내용을 전달하자 모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외국에서는 바닷가에서 산양을 볼 수 있었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관찰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오소동 계곡에서 동해안 바닷가까지는 높은 산을 몇 개는 넘어야 하는 공간적인 거리가 존재하고 있고 좀처럼 한번 삶의 터전을 잡으면 고집스럽게 자신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않고 평생을 살아가는 산양의 특성을 고려하면 도저히 그 동안 관찰됐던 산양의 생태하고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혹시 금강산에서 살고 있던 산양이 북한에서 월남해 이주한 것을 아닐까 하는 의문도 가져 보았지만 이주할 이유가 또 설명되지 않았다.

혹시 병사들이 다른 노루나 고라니를 보고 산양이라고 착각한 것은 아닐까하는 의심에서 그 동안 현장에서 지켜본 산양의 생태를 전부 동원해도 명쾌한 답변이 나오지 않은 채 아침이 밝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