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재 기자의 DMZ로 떠나는 생태기행
산양은 험준한 암벽지대를 버리고 동해안 바닷가로 이주해 아주 건강하게 살고 있었다.
취재팀과 서울대 이우신 교수, 국립환경연구원 원창만 박사. 강원도 환경보호과의 조성원 연구사가 귀동냥을 해 들은 장소로 소총을 든 병사를 앞세워 동부전선의 한 해안 초소를 찾아갔을 때 산양은 작은 바위에 올라가 동해바다를 응시하며 근엄한 모습으로 우리를 반겼다.

  불과 7번 국도에서는 백여미터 떨어진 민간인들이 출입할 수 없는 동해안 한 해안초소 작은 암벽지대에서 산양이 있었다.
우리 모두는 신기함과 놀라움, 그리고 어떻게 이곳까지 산양이 왔을까를 궁금해하며 산양의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행동의 방식은 첩첩 산중의 오소동과 고진동의 그들과 마찬가지로 먹이 섭취와 휴식을 되풀이 했다.
이우신 교수는 그동안 고성 전방의 엄청난 산불이 산양의 생태계를 바꾸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산불이 발생하면서 비무장지대에 살고 있던 산양이 위협을 느껴 해안가로 이동했고 그 해안가 중에서 산악지역의 서식지와 흡사한 바위와 잡목이 있는 이 곳 해안초소로 서식지를 정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원창만 박사는 우제류의 하나인 산양은 소금끼가 필요해서 바닷가로 이동했다가 먹이가 풍부하자 서식지를 바닷가 주변 암벽에 마련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한 북한 해금강지역에서 서식하던 산양이 남쪽으로 이주했을 가능성도 나왔다.

이런 주장들이 타당성 있게 제기된 것은 해안 초소와 산양 서식지와 비무장지대를 포함한 해금강의 거리는 어림잡아 4, 5킬로미터가량밖에 되질 않았다.

  암벽등반의 선수인 산양이 마음만 먹고 뛴다면 그리 멀지 않은 거리다.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병사들에게 이곳에 살고 있는 산양의 개체수를 확인하니 많이 관찰될 때는 3마리까지 본적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행정보급관이 얘기했던 것처럼 지난 겨울새끼 산양이 혹한에 못이겨 굶어 죽어 묻어 주었다는 장소도 확인할 수 있었다.
불과 30여평 밖에 되질 않는 바닷가 암벽지대에서 귀한 생명문화재 산양이 건강하게 살아오고 있다는 것은 최소한의 생존의 조건에 대한 자연의 가르침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민물이 흐르는 바닷가 암벽지대에서 산양의 삶을 통해 우리의 산양 생태계 역사도 다시 쓰여져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