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재 기자의 DMZ로 떠나는 생태기행
서울대 야생동물 생태관리학실과 함께 산양이 살고 있는 바닷가 주변에 대한 식생과 하루 생활을 조사해 보니 재미난 사실이 확인됐다.
바닷가에 살고 있는 산양의 주서식지는 해발 30미터 가량되는 잡목이 있는 30평가량의 암벽지대였다.
바위 주변에서 먹이 섭취를 할 때는 주로 참나무 잎이나 줄기를 먹었다.
참나무 잎을 30분가량 먹을 때도 경계자세는 늦추지 않았다.

더 특이한 것은 서너시간을 큰 위협을 느끼지 않으면 그곳에서 먹이를 취하고 그 자리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되새김질을 한다.

  되새김질을 하는동안에도 큰 귀를 사방으로 레이다 처럼 움직였다.
병사들이 철책선 수색로를 따라 철책을 점검하고 산양 근처까지 와도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연구팀이 철책선 밖에 참나무 잎을 혀로 핧아 본 적이 있는데 바다 바람에 묻어온 소금기가 다른산악지역하고는 다르게 찝질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적당한 소금기가 있는 참나무 잎은 바닷가에 살고 있는 산양이 좋아하는 먹이가 되기에 충분했다.

바다의 산양은 낮에 먹이를 섭취하고 부근에 되새김질 할 수 있는 두 곳의 참나무 숲을 주로 휴식처로 이용했다.
산양은 평평한 해안지역 앞 3킬로미터 이어진 초목 지역으로 이동했다.
철책선이 산양 보호를 위한 마치 거대한 방목장처럼 보였다.
바다 산양은 초원이 이어진 이곳에서 주로 가지치기로 말라버린 아카시아 나무 줄기를 먹는 모습도 관찰됐다.
주 먹이는 칡잎이었다.
산양은 계속해서 장소를 이동해도 푸른 빛이 여전히 남아 있는 칡잎과 넝쿨을 선호하는 특이한 먹이 행태를 보였다.
또한 아직은 따뜻한 해안가 바람 때문에 푸른 잎을 유지하고 있는 쑥을 다음으로 잘 먹었다.
쑥이 있는 곳에서는 다른 초본류는 제외하고 쑥만을 먹어그 동안 학계에 보고돼온 쑥을 섭취함으로써 몸의 저항성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1시간 가량을 먹이를 뜯고는 별다른 위협이 없을 경우 2, 3시간 가량 휴식장소에 앉아 되 새김질 하는 습성을 보였다.
산양이 정착하게 된 또다른 이유는 적당한 암벽과 풍부한 먹이자원, 그리고 언제든지 마실수 있는 식수가 되는 계곡물이 바닷가로 이어져 있다.
그 계곡 물이 바다로 흘러가는 곳에는 산양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져 있었다.
물을 마시러 종종 이곳을 오가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산양이 물마시는 장소에서 해안가쪽으로 산양의 발자국이 이어져 있었는데 확인은 안됐지만 다시마 같은 해초류를 먹기 위한 이동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