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재 기자의 DMZ로 떠나는 생태기행
필자가 산양을 처음 본 것은 바위 위에서 기품 있게 서있는 '자연의 화석'의 모습이 아니었다.
     
  1997년 1월 산양은 전혀 뜻밖에 장소인 강원도 양구에서 만났다.
우리 인간들이 가기 싫어하는 경찰서, 거기서도 인간의 많은 사연이 담겨 있고 쾌쾌한 이상 야릇한 냄새가 나는 형사계 사무실이었다.
바로 밀렵꾼을 법적 처리하기 위해 밀렵꾼의 집안을 수색해 압수해온 가죽이 벗겨진 빨간 살덩어리의 죽은 산양이었다.
머리 껍질이 벗겨졌지만 산양의 특징인 두 뿔이 원형그대로 보존돼 있어 산양임이 확인됐다.
 
보통 초식동물이 그러하듯이 산양의 품성은 그리 사납지 않다.
산양의 눈은 시골 송아지처럼 눈망울이 크다.
그 큰 눈망울에는 죽음의 공포가 서려져 슬프게 보였다.
뿔테의 모양으로 보아 네 살된 산양은 자신을 묶은 밧줄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다못해 지쳐 거친 숨을 몰아쉬며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고통의 신음소리가 더욱 거세지던 산양을 긴급구조해 야생동물 구조단체로 후송했지만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멸종 위기에 처한 귀중한 야생동물이 이렇게 비참하게 밀렵에 사라져 가고 있다.
귀중한 야생동물들이 우리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모두가 밀렵감시자가 되고 생명문화재 지킴이가 돼야 한다.

산양의 절규를 이 땅에서 사라지게 하기 위해서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의 사회적 보호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더욱 중요한 것은 자연은 인간들만의 점유물이 아닌 자연속에 살고 있는 하찮은 곤충일지라도 함께 누릴 수 있는 권리인 自然權이 있다는 생태윤리 확립이 시급하다
산양은 밀렵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과 함께 자연속에서 공존하는 귀중한 생명체라는 생명 공존 의식이 있어야 한다.
     
 

밀렵에 희생된 산양이 아니라 자연에서, 그것도 비무장지대에서 인간의 간섭을 받지 않고 살아가는 산양에 관심을 갖고 취재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산하에서 뛰어 놀며 살아 있는 자연의 산 지표가 돼야할 산양이 밀렵꾼의 주요 표적이 되고 있는 야생동물의 현실을 어떻게 후세들에게 설명할 수 있을까.

두 번째 산양을 본 것도 밀렵꾼에 잡혀 서서히 죽어가는 산양이었다.
산양의 목은 이중 삼중으로 굵은 동아줄과 쇠줄로 묶여 꼼짝 할 수 없었다.

     
     
.   특히 밀렵은 귀중한 우리의 동반자인 야생동물을 멸종으로 몰아 넣는 자연에 대한 중대한 범죄 행위라는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
산양같이 우리 나라에 불과 몇 십마리가 생존할 것으로 추정되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들은 개체수가 적어 지금같이 근친교배가 계속 이뤄진다면 열성 유전자를 가진 새끼가 태어날 가능성이 높아 국가적 보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사육시설을 만들고 개체수를 늘려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 인공 증식센터를 조성해 희귀 동물의 멸종을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