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재 기자의 DMZ로 떠나는 생태기행
1999년 봄 인제군 서화면 사철리 지역에서 만난 산양은 22마리가 한 군집을 이루며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1970년대 이후 산양은 대부분 민통선과 비무장지대에서 목격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정확한 산양의 개체 수에 대한 파악은 아직 이뤄진 적이 없다.
비무장지대라는 조사의 제약성이 앞을 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사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전방은 어차피 철통같은 경계근무가 이뤄져야하기 때문에 낮이든 밤이든 병사들이 초소에서 근무를 선다.
산양이 서식하는 동부전선지역의 부대는 국방부 장관의 명령에 따라 일주일에 한번씩 경계 구역에서 관찰되는 산양의 개체수와 출현시간, 특이 행동등을 기록하면 우리나라 비무장지대에 살고 있는 산양의 개체수를 확인 할 수 있을 것이고 독특한 산양 생태 기록이 될 것이다.
결국 산양이나 다른 야생동물의 움직임을 제대로 파악하고 기록한다는 것은 바로 제대로 전방지역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일이고 경계근무를 올바르게 서는 일이 된다.
21세기 환경시대를 맞아 전방 병사들이 군 제대후 어려웠던 군생활 얘기보다는

"내가 근무하던 동부전선 최전방에서는 산양 15마리가 주기적으로 관찰됐어. 봄에는 냉이나 쑥 같은 파릇파릇한 새싹을 먹고, 번식기 때는 서로 뿔로 받으며 싸우는 모습도 나타나더라."

두루미 도래지인 중부전선에서 근무한 병사는

"천연기념물 202호인 두루미의 잠자리가 궁예도성이 있던 비무장지대야, 해가 뜰 무렵이면 남쪽으로 내려와 먹이를 먹는데 분단을 뛰어넘는 그 모습은 참으로 환상적이었다. 산양의 특징은 뭐니?" 라는 식의 대화가 이어질 것이며

환경에 대한 관심과 자연에 대한 사랑도 더욱 높아질 것이다.
아무리 동식물 학자들이 비무장지대 생태 조사단을 구성하고 조사를 한다고 해도 전방지역의 장병들이 눈을 부릅뜨고 경계하는 것만큼의 생태조사자료는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