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재 기자의 DMZ로 떠나는 생태기행
2001년 1월 21일.

산양의 서식지인 강원도 양구에서 탈진 산양을 발견!

탈진 장소가 의아하게도 산이 아닌 호수였다.

  양구 파라호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산양을 낚시를 하러 왔던 주민이 파출소에 신고를 했다.
파출소 직원들은 장비를 동원해 산양을 구조해 인적이 드문 천미리의 한 사슴목장에 보금자리를 마련해 줬다.

어떻게 호수에서 탈진한 채 발견됐을까?

밀렵꾼에 쫓기다 부상을 당해 갈증에 못 이겨 호수로 내려갔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정확한 원인은 조사되지 못했다.

탈진된 산양은 안타깝게도 왼쪽 눈의 시력을 잃은 상태였다.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특히 인기척을 느끼면 뇌쪽에 부상을 심하게 입으면서 평형감각을 잃어 한쪽으로 계속 도는 증세를 나타냈다.
산양은 안정을 찾지 못하고 우리 안을 빙빙 돌다 철망을 계속들이 받고는 주저앉고 말았다.

에버랜드동물원에서 전문 수의사가 육안 진찰을 한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 눈이 지금 돌출되어 감지 못해서 동상에 걸려 각막이 다친 것으로 보여 자연치유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정창수 산사모 회장, 양구 담당직원, 에버랜드 동물원 수의사, 문화재관리청 김계식 사무관과 논의 끝에 이 탈진된 산양을 전문기관으로 옮기기로 하고 특별 수송작전이 펼쳐졌다.
이동중의 스트레스를 덜기 위해 쇼크 방지 주사와 안대로 눈을 가렸다.
앰뷸런스에 급히 태우고 에버랜드 동물원으로 긴급 후송했다.
안정을 찾아야 치료가 시작될 수 있어 에버랜드 동물원은 창문을 모두 검은 천으로 가려 빛과 소음을 차단하고 녀석을 수술실로 옮겨 치료를 시작했고 원기를 회복해갔다.

이 곳을 찾은 산양 환자는 이 녀석이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정든 고향인 양구를 떠나온 사정은 모두 매한가지였다.
밀렵꾼의 덫에서 구조돼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선배 산양이 여섯 마리나 있었다.

2000년 2월 14일과 24일에는 강원도와 경상북도의 경계지역인 삼척시 가곡면 가곡 자연휴양림 일대에서 산양이 잇따라 올무에 걸려 죽은 채로 발견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24일 오후 3시쯤 가곡면 풍곡리 속칭 면산 주능선 부근에서 13년생으로 추정되는 암컷 산양 한 마리가 올무에 걸려 죽은 것을 불법 엽구류를 제거하던 동부지방 산림청 직원들이 발견해 삼척시에 인계했다.
또 이보다 앞서 2월 14일에도 이 곳에서 3백미터가량 떨어진 면산 4부능선에서 새끼산양 한 마리가 국립 환경 연구원 직원들에 의해 발견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2000년에는 양구에서 두건의 산양이 사고로 숨져갔다.
2천년 4월 10일 양구군 방산면 천미리 전방에서 탈진된 산양이 군장병들에 의해 발견됐다.
5년생 수컷이었던 이 산양은 극진한 양구 산사모 회원들의 간호와 보살핌에도 불구하고 결국 한달뒤에 숨졌다.

8월 3일에는 양구군 방산면 평화의 댐 도로 낙석 방지 그물에 걸려 긴 숨을 몰아 쉬던 산양이 발견됐다.
특히 도로 낙석방지 그물에 다리 뼈가 다 들어 날 정도로 중태였다.
용인에버랜드로 후송했지만 워낙 부상이 심해 바이러스가 온 몸으로 퍼지면서 결국 8일 뒤에 큰 눈망울을 감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