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재 기자의 DMZ로 떠나는 생태기행

정치적으로 암흑기였던 80년대는 풍물의 뉴스가 전국성을 띠는 경우가 많았다.

1986년 2월 4일의 강원일보는 KBS 춘천 방송총국의 설악산에서 산양 촬영 소식을 [2주추적 산양 확인]이라는 제목과 취재팀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찍어 기사에 실었다.

  단 15초 동안 촬영된 설악산의 산양 모습이었지만 그 추적하는 과정의 기사가 너무 리얼해 소개한다.
심산유곡에서 사람의 접근을 꺼리며 뛰놀던 산양 한 마리가 입춘을 앞둔 지난 1일 텔레비젼 카메라에 신비한 모습을 드러내 자연애호인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산양은 눈쌓인 첩첩산중이 마치 놀이터인양 뛰어 다니고 있었고 인적을 눈치채자 이내 자취를 감췄다.
설악산 백운동 계곡옆 1,383미터 고지 7부 능선에서 KBS 춘천방송국 뉴스센터 취재팀의 끈질긴 추적 끝에 모습을 드러낸 산양의 노출시간은 정확히 15초.
설악산에 산양이 건재함을 잠시 확인시켜주고 떠난셈이다 (중략).

취재진은 산양을 촬영하기 위해 산악구조대원들과 21일부터 27일까지 비박( 바위밑 등지서의 노천숙박)을 했다.
동이 트기 무섭게 산양이 있을 만한곳을 오르내렸으나 살을 에는 추위와 피로, 허기만 엄습해 왔다.
모닥불을 피워놓고 잠을 청했지만 추위 때문에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중략)
취재진과 구조대원들은 허탈한 상태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때 정기자(카메라기자)는 예감이 이상해 카메라에 파워 스위치를 넣고 있었다.
순간 대원 한사람이

"산양이다" 라고

소리쳤다.
정기자는 정신없이 3백여 미터 앞에서 희미하게 움직이는 물체에 초점을 맞췄다.
산양 한 마리가 렌즈에 투영됐다.
모두가 환성을 질렀다.
12일동안 여러 차례 포기하고 하산하려했던 취재진은 보람 끝에 개가를 올리고 기쁨 속에서 하산을 서둘러 야생 산양의 모습을 전국에 방영했다(이하 생략).
단 15초의 산양을 찍기 위해 2주 동안 한겨울을 다녔던 방송기자들이 있기에 시청자는 안방에서 산양의 기품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