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재 기자의 DMZ로 떠나는 생태기행
1990년 들어 산양을 특종보도한 신문은 동아일보였다.
동아일보는 4월 3일 산양관련 기사를 1면에

'휴전선에 산양이 뛰논다'

라는 제목 아래 두 마리가 놀고 있는 모습을 클로즈업 해서 촬영한 사진을 칼라판으로 함께 실어 신선한 충격을 독자들에게 선사했다.
주요 기사내용은 다음과 같다.

동부전선 비무장지대에서 멸종위기에 있는 희귀동물 산양이 100마리이상 집단 서식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동아일보 취재팀이 휴전선의 동쪽끝 강원도 고성군 건봉산 북쪽 비무장지대내 산악지대에서 지난달 26일과 27일 각각 산양 12마리와 8마리를 발견.촬영해 학인됐다.
본사 취재팀이 군사정전위원회 유엔군사령부측으로부터 허가를 받고 00사단 관할 비무장지대에 들어간 것은 지난달 26일 오후 4시경 고진동계곡에서 산양이 관측됐다는 무전연락을 받았다.
즉시 비무장지대를 나와 지프로 건봉산을 돌아 고진동계곡으로 갔다.
오후 4시 40분경 남방한계선 철책너머 150미터 전방의 계곡사이 갈대밭에 띄엄띄엄 흩어져 풀뿌리를 찾고 있는 산양을 볼 수 있었다.

이튿날인 27일에도 아침 일찍 부대를 출발, 오전 10시 30분 같은 장소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산양을 기다렸다.
오후 1시경부터 한두마리씩 나타나기 시작했으나 무리를 지어 다니지 않는 습성 때문에 두 마리 이상의 산양을 카메라로 잡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오후 4시경 2-3년생으로 추정되는 어린 산양 한 마리가 산중턱에서 암벽위를 뛰어다니다 계곡아래 갈대밭에 있는 산양 한 마리를 향해 내려왔다.

  취재 카메라의 모터드라이브가 요란한 연속음을 내며 돌아가기 시작했으나 산양은 한번 서로 뿔을 만댄 뒤 곧 산위로 올라갔다.
국내에는 과거 산양이 수천마리나 서식했으나 1964년과 1965년 폭설 때 눈에 갇힌 산양을 주민들이 각각 3천마리씩 포획(한국동식물도감 기록에 6천마리이상이 한꺼번에 죽었다.
또 1969년의 설악산 폭설때도 60마리이상이 떼죽음을 했고 75년에는 40마리가 폭설에 갇혀 굶어 죽어 거의 멸종 상태로 알려졌던 것.
야생동물 전문가는 '한국 산양이 멸종하지 않고 잘 번식해가고 있다는 것은 귀중한 사실' 이라며 '비무장지대의 특수한 환경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