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재 기자의 DMZ로 떠나는 생태기행
험하기로 소문난 중동부전선 비무장지대는 산양들의 중요한 서식지이다.
     
  때론 이 산양들이 최전방의 병사들을 괴롭히는 말썽꾸러기가 되기도 한다.
비무장지대 철책선 부근은 잡목을 모두 제거해 다년생 식물만이 자라기때문에 봄이면 산양이 주로 먹이를 찾는 장소가 된다.

따뜻한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던 봄날 육군 모사단 최전방 주간초소에서 경계병은 상황실로 급한 무전을 날렸다.
" 철책선 안쪽으로 산양이 들어왔습니다."
이 곳 경계의 지휘를 맡고 있는 중대장은 급하게 산양이 들어왔다는 철책선쪽으로 갔다.
 
분명 산양이 철책선 안쪽으로 어떻게 들어왔는 지는 모르지만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중대장은 부하들을 불러 산양을 내보낼 방법을 찾아내려고 했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도시 출신의 이 중대장은 다시 철책을 점검했다.
산양이 철책으로 들어왔다면 경계의 헛점이 있는 것이 아니냐고 의문을 갖기도 하겠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철책선은 맨 안쪽을 중심으로 쥐 한마리 들어오지 못할 정도로 튼튼하게 설치돼 있다.
폐철책을 철거하지 않고 새철책을 세우다 보니 삼중으로 돼있지만 봄철 해빙기때는 이 폐철책의 밑부분이 무너져내려 야생동물들이 곧잘 들어오기도 한다.
이 폐철책과 굳건한 철책사이로 산양이 들어온 것이다.

중대장은 산양을 다시 비무장지대로 내보내기로 하고 철책 안으로 통하는 통문 열쇠를 갖고 산양이 들어와 있는 가장 가까운 쪽으로 들어가
     
 

산양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람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산양은 자신을 구하러 오고있는 중대장에게 관대하지 않았다.
산양과 중대장의 철책선안에서의 숨박꼭질은 한시간 넘게 계속됐다
산양은 철책선에서 피할 수 있는 장소까지 뒷걸음 치다 중대장이 접근하면 날카로운 뿔로 들이 받을 공격자세를 취했다.
중대장은 한발한발 산양에게 접근을 다시 시작했다.
그 순간 산양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중대장의 다리를 날카로운 뿔로 공격했다.
비록 공격을 받긴 했지만 중대장은 산양을 붙잡아 철책선에서 구해 비무장지대로 돌려 보냈다.

     
산양 뿔에 받친 전방 중대장의 신화는 지금까지도 중동부 전선에서는 병사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