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재 기자의 DMZ로 떠나는 생태기행
산양이 지구상에 출현한 것은 학자들에 따라 다소 의견차이가 있지만 약 2백만년 전이라고 한다.
     
  산양은 지구상에 나타난 2백만년전 이래 거의 변하지 않고 태초의 원시적 형태 그대로의 모습을 갖고 있다.
학자들은 이러한 형태의 산양을 일컬어 '살아 있는 고대 동물' 또는 ' 살아있는 자연의 화석 동물'이라 부른다.

다른 야생동물이 살기를 포기한 척박한 땅인 기암절벽을 주서식지로 살고 있는 산양은 한마디로 훌륭한 등반가다.
만약 산양이 세계 주요 고봉(高峰) 등반에 나선다며 그 누구도 그 기록은 갱신하지 못할 정도로 훌륭한 등반가다.
 
필자가 새로 확인한 DMZ 가운데 인제군 서화면 사철리 지역은 산양이 서식하기 좋은 전형적인 산양 서식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리 높지 않은 기암절벽으로 이뤄진 산 정상에는 활엽수와 침엽수가 한데 어울린 보기 좋은 풍광의 혼효림 산림형태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비무장지대에서는 자세하게 관찰되지 않는 물줄기가 이곳에 존재한다.
지형이 북쪽보다 남쪽이 높아 물이 남에서 북으로 흘러가 북한강 상류를 거쳐 서해로 흘러 들어간다.
또 심산계곡의 분지여서 봄이 되면 가장 꽃이 먼저 피는 지역이 바로 산양이 살고 있는 사철리 지역이다.

산양은 비무장지대에서도 주로 바위가 많은 산에 살고 있다.
바위를 주서식지로 하는 것은 초식동물로써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진화해 온 독특한 방식이다.
천적이 따라 오지 못하는 암벽생활에 적응해온 산양의 생태계는 신비로움 그 자체다.
어떤 험준한 바위도 산양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 수는 없다.
가파른 절벽도 마치 묘기 하 듯 가볍게 뛰어 오르는 모습에는 오랜 진화의 세월을 엿 볼 수 있다.

특히 산양은 암벽을 잘오를 수 있는 특이한 발구조를 가지고 있다.
     
 

산양의 앞다리는 뒷다리보다 짧아 어떤 경사진 암벽도 손쉽게 올라갈 수 있는 특이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산양이 가파를 바위를 잘 오를 수 있는 것은 발굽에 비밀이 있다.
발굽이 마치 암벽 등반가의 등산화처럼 찰고무 바닥으로 이뤄져 바위를 디뎌도 미끄러지지 않고 지탱할 수 있다.
암벽으로 이뤄진 야산일수록 산양의 발걸음이 더욱 힘차질 수 있는 것도 이런 특별한 발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산양의 발굽은 다른 우제류와 마찬가지로 두 개로 나눠져 있지만 다른 점이 있다.

     
두 개로 나눠진 발굽은 바위 표면 상태에 따라 자유롭게 벌어지며 조절돼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한다.
발굽 뒤쪽에는 동그란 혹모양의 근육질로 된 며느리 발톱인 밀착포가 있다.
이 밀착포는 산양이 바위를 오를 때 미끄러지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인간이 엄두도 내지 못하는 깎아지를 듯한 바위도 마음껏 오를 수 있게 한다.
이 발굽의 구조는 험한 야산일수록 더욱 힘차게 오를 수 있도록 그 진가를 발휘한다.
산양의 그 아름다운 야성은 기암절벽을 손쉽게 오를 수 있다는데 열쇠가 있지만 그 독특한 앞발과 뒷발의 길이 차이와 독특한 발굽의 구조가 그 비밀이다.